하나의 책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

1819–1891 · 영어 · 북미

포경선 항해기에 희곡과 논문과 성서 주석을 뒤섞어 소설이 무엇이든 삼킬 수 있는 형식임을 보였다. 『모비 딕』은 고래 해부학을 다루는 장과 셰익스피어식 방백·무대 지시문을 한 권 안에 나란히 두어 장르의 경계를 실무 문서 쪽으로 밀어냈고, 『필경사 바틀비』의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는 거절 한마디는 근대 사무실의 저항을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생전에 절판되거나(『모비 딕』) 아예 출간되지 못한 채(『빌리 버드』) 잊혔던 이 소설들은 1919년 탄생 100주년 이후의 재발견을 거쳐 미국 소설이 자기 규모를 재는 척도가 되었다.

여기서 읽기 시작

입문 순서 4

  1. 필경사 바틀비1853

    단편 한 편 안에 멜빌의 핵심 — 설명되지 않는 거절과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조직 — 이 다 들어 있고, 문장도 그의 산문 중 가장 정돈되어 있다.

    월가 법률사무소의 필경사가 모든 지시에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로 답하며 사무실을 마비시킨다.

  2. 베니토 세레노1855

    노예선에서 이미 벌어진 반란을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하는 미국인 선장의 시선으로만 서술한다.

  3. 선원 빌리 버드1924

    무죄한 수병을 군법이 처형하기까지의 절차를 법률 문서의 어조로 따라간다.

  4. 모비 딕1851

    흰 고래를 쫓는 선장의 항해에 고래학 분류, 밧줄과 기름솥의 실무 기술, 셰익스피어식 독백과 무대 지시문을 겹쳐 놓았다.

주의 — 『모비 딕』부터 잡으면 항해가 시작된 뒤 이어지는 고래학 장들에서 대개 멈춘다. 단편 두세 편으로 문체에 익숙해진 뒤에 가는 편이 안전하다.

난도 4/5 — 『모비 딕』은 고래학 논문·설교·희곡 장면이 서사를 계속 끊고, 항해 실무 용어와 성서·셰익스피어 인유가 문장 단위로 깔려 있어 주석 없이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단편들은 같은 작가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정연하다.

이어지는 한 사람

나머지 관계 3 — 선이 그어진 이유
같은 자리, 같은 때 — 10명

출처 3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