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로브그리예
Alain Robbe-Grillet
1922–2008 · fr · western-europe · 누보로망 · 난도 4/5
인물의 심리와 플롯의 인과를 서술에서 걷어내고, 대상의 위치·거리·개수를 측량하듯 기술하는 문장을 소설의 기본 단위로 삼았다. 『질투』는 감정을 가리키는 낱말을 한 번도 쓰지 않고 블라인드 살의 수와 바나나 나무의 열을 세는 서술만으로 질투를 발생시켜, 내면을 진술하지 않고 내면을 만드는 방법을 증명했다. 미뉘 출판사의 문학 감독으로 사로트·뷔토르·시몽의 작업을 한 흐름으로 묶어내고 『누보로망을 위하여』로 그 강령을 정식화해, 창작과 이론과 편집을 한 사람이 동시에 수행한 드문 사례를 남겼다.
입문 순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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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1957
100쪽 남짓으로 짧고, 감정어를 쓰지 않고 사물의 배치만 세는 서술이 질투라는 상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한 권 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되어 방법 전체를 볼 수 있다.
열대 농장의 집에서 아내와 이웃 남자를 지켜보는 시선만 남고, 그 시선의 주체는 한 번도 '나'로 등장하지 않는다. 블라인드 살과 바나나 나무의 열을 세는 반복 서술이 감정을 가리키는 낱말 없이 질투를 발생시키는 구조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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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지우개1953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살인을 수사하던 형사가 결국 그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스물네 시간을 추리소설의 외형으로 썼다. 오이디푸스 신화의 구조를 사건 대신 사물 묘사 위에 겹친 첫 장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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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리앙바드에서1961
알랭 레네가 연출한 영화의 대본을 '시네로망'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텍스트. 두 인물이 작년의 만남을 두고 어긋난 기억을 각각 주장하는데, 무엇이 실제로 있었는지를 텍스트가 끝까지 결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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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에서1959
눈 내린 도시에서 소포를 전할 곳을 찾지 못하는 병사의 이동을, 같은 거리와 같은 방을 조금씩 다르게 반복하는 문단들로 서술한다. 시간의 순서를 복원할 단서를 가장 철저히 제거한 그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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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보로망을 위하여1963
발자크식 인물·플롯·심리 묘사를 소설의 필수 요건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한 평문들을 묶은 책. 사물은 인간의 감정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그냥 거기 있다는 명제로, 이후 프랑스 소설 논쟁의 참조점이 되었다.
그 밖의 작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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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자1955
섬을 도는 시계 외판원의 하루에서 소녀의 죽음에 해당하는 시간만 서술에 비어 있는 구조로 쓰였다. 빠진 자리를 독자가 채우게 만드는 이 공백이 이후 그의 소설의 기본 장치가 되며, 발표 당시 격론 끝에 비평가상을 받았다.
주의 — 이론서 『누보로망을 위하여』를 먼저 읽으면 이후의 소설을 강령의 예시로만 확인하게 된다. 소설 두세 편을 통과한 뒤 이론으로 가는 순서를 권한다.
난도 4/5 — 문장 자체는 명료하지만 같은 장면이 조금씩 달라지며 반복되고 시간 순서를 복원할 단서가 주어지지 않아, 줄거리를 재구성하려는 독법으로는 끝까지 읽히지 않는다.
관계 5 — 선이 그어진 이유
- ·사뮈엘 베케트영향
로브그리예는 『누보로망을 위하여』(1963)에 베케트론을 실어, 『고도를 기다리며』를 심리도 서사도 없이 무대 위의 현존만으로 지탱되는 연극의 사례로 읽었다. 자신이 소설에서 하려던 일을 앞서 보여 준 작업으로 베케트를 지목한 글이다. 문헌 기록 · 출처 1건
- ·프란츠 카프카영향
『누보로망을 위하여』(1963)에서 로브그리예는 카프카를 상징과 알레고리로 환원하는 독법을 거부하고, 『성』의 통로와 계단이 무엇보다 먼저 문자 그대로 거기 있다는 점을 자기 서술론의 근거로 삼았다. 그에게 카프카는 은유가 아니라 즉물적 서술의 선례였다. 문헌 기록 · 출처 1건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친연
나보코프는 대담집 『Strong Opinions』(1973)에서 읽을 만한 동시대 프랑스 작가로 로브그리예를 거듭 꼽았다. 서술의 표면을 정밀하게 계측하면서 인물의 내면 진술을 미루는 방식에서 두 사람은 20세기 후반 소설론에서 함께 논의된다. 학계 통설 · 출처 2건
- ·귀스타브 플로베르영향
누보로망 연구는 이 계보의 출발점으로 플로베르가 1852년 서신에서 말한 '아무것도 아닌 것에 관한 책', 즉 주제가 아니라 문체로 지탱되는 소설이라는 구상을 놓는다. 인물과 플롯을 걷어내고 서술 자체를 소설의 내용으로 삼은 로브그리예의 강령은 그 구상의 극단이다. 학계 통설 · 출처 2건
- ·마르그리트 뒤라스대비
1950년대 말 미뉘 출판사의 같은 목록에 묶여 누보로망으로 함께 불렸지만, 두 사람이 서술에서 지운 것은 달랐다. 로브그리예는 『누보로망을 위하여』(1963)의 강령대로 심리와 정동을 걷어내고 사물의 측량만 남긴 반면, 뒤라스는 고유명사와 시제를 지우면서 정동은 남겨 두었다. 학계 통설 · 출처 2건
출처 4건 · reviewed · 2026-08-15